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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사람은 뛰어난 배우와 같다





누가 손숙우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세번이나 영윤(재상)이 되어도 영광스럽게 생각하지 않더니, 세번이나 벼슬에서 쫓겨나도 걱정하는 빛이 없네요. 

처음에는 감정을 속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봐도 마음이 편안하게 보입니다. , 도데체 어떻게 수양을 하신건가요?"


"무슨 특별한 방법이란게 있겠나, 나는 그저 부귀영화가 오면 오는대로 물리칠 수 없고 , 가면 가는대로 잡을 수 없다고 여길뿐 이라네, 행복이라는게 벼슬자리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내게 있는 것인가 ?

그게 벼슬자리에 있는 것이라면 나하고는 관계가 없는 것이잖은가,

그게 내게 있는 것이라면 벼슬자리하고는 관계가 없는 것 아니겠나, 

나는 설렁설렁 다닐 뿐 , 부귀영화에는 관심이 없네."


손숙오는 초나라의 영윤 즉 재상이었는데, 사기 열전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손숙오의 주특기는 임금이 뭣 좀 잘 해보겠다고 , 혹은 한 건 해보겠다고 제도를 바꿔서 혼란을 일으키면 그걸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이었다. 


돈이 너무 무거워서 화폐유통이 안되니까 좀 가볍게 만든게 임금이 한 일이다.

좋은 뜻으로 한 일이지만 정작 상인들은 그 돈을 사용하길 꺼렸다. 생소함이 주된 이유겠지만 , 어쨋든 상인들이 돈을 쓰지 않으면 경제가 마비된다. 

손숙오가 하는 일은 불편하더라도 예전처럼 무거운 돈을 쓰도록 하는 일 이었다. 

손숙오가 한 말중에 지금도 유효한 말이 있다. 

"법령을 자주 바꾸면 백성들은 어느것을 따라야 할지 해ㅔㅅ깔리기 때문에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임금이 폼종 잡아보겠다고 뭘 좀 해 놓으면 매번 "헷갈리게 하지말고 그냥 계십시요. 가만히 있는게 도와주는 것입니다."하니 임금 한테서 썩 예쁨 받는 스타일은 아니었을성 싶다. 

그래서 세번이나 재상이 되었지만, 또한 세번이나 재상자리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사기> 역시도 손숙오는 벼슬에 나간다고 기뻐하지도 않았고, 벼슬자리에서 쫓겨난다고 슬퍼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다만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 미묘하게 다르다. 

<사기>는 손숙오가 재상이 되고도 기뻐하지 않은 것은 , 본인의 잘난 능력에 재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게 여겼기 때문이고, 재상자리에서 물러나고도 슬퍼하지 않은 것은 , 어짜피 본인 잘못때문에 쫓겨나는것이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저 잘난 맛에 사는 인간이다. 


'나처럼 잘난 놈은 재상 안시키면 네 손해지 뭐, 흥!'하고는 돌아서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장자>의 설명과 일치하는 구석이 있긴 하다. 

좋고 나쁘고는 벼슬이 아니라 자신이 결정한다는 점이다. 


아마 손숙오가 좀 더 나이가 들어서 옛날을 회고하게 된다면 , <장자>에 나오는 대화처럼 한결 여유를 갖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벼슬 , 그거 하면 하는 거고 말면 마는거지, 하게되면 열심히 일 하니까 좋은거고, 안하념 안 하는대로 편하니까 좋은거고, 내가 열심히 일 하니까 좋은거지 높은 벼슬한다고 좋은게 아니야, 내가 벼슬해서 좋은게 아니라 일해서 좋은 거먄 알면, 벼슬 같은건 안 해도 아무 상관없어."


"뜻을 얻었다는 것은 벼슬자리를 갖고 말 하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 즐거움을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벼슬자리는 와서 붙어도 막을 수 없고, 붙었다 떠나도 붙을 수 없다. 영화를 누린다고 교만하지 않고, 가난으로 고생한다고 빌 붙지 않으면 , 영화로우나 가난하나 아무런 차이가 없다."    


벼슬을 쟁취의 대상으로 , 성공의 척도로 삼으면 삶이 불행해 진다. 

벼슬은 내게 잠시 맡겨진 역할일 뿐이다. 그 역할에 충실 했으면 그뿐, 떠난다고 미련 가질 필요없다. 안 하면 또 어떤가, 벼슬 말고도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은 충분히 많은데.


같은 이야기를 애픽테토스는 연극배우에 빗대어 말한다. 

" 기억하라. 너는 연극배우다. 네 역할은 작가가 마음대로 결정한다. 짧으면 짧은대로, 길면 긴대로, 역할이 주어진다면, 너는 가난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절름발이가 될 수도 있고, 통치자가 될 수도 있고, 그냥 보통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냥 자연스럽게 연기하면 그만이다. 네게 주어진 역할을 잘 연기하는 것, 그게 네 일이니까.

네가 맡을 역할을 정하는것, 그건 네 일이 아니다. "


인생을 배우에 비유하는 건 애픽테토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니다. 

스토아 학파의 창시자인 제논에게서 직접 배운 , 그러니까 애픽테토스에게는 학문적으로는 고조할아버지쯤 되는 아리스톤이 진즉이 이런말을 했다.


"현명한 사람은 뛰어난 배우와 같다. 테르시테스의 역할을 맡으면 테르시테스가, 아가멤논의 역할을 맡으면 아가멤논이 된다." 

아가멤논은 트로이에 침략한 그리스군의 총사령관이다. 테르시테스는 일반병사다. 

아가멤논의 바보같은 지휘를 받지 않겠다며 말을 듣지않고 소요를 일으키다 오디세우스에게 망신을 당하고 혼나고 나서 눈물이나 쩔쩔짜는 역할이다. 

개인적으로는 정을 주고싶은 캐릭터인데 , 대개는, 특히 옛사람들의 글에서는 비열한 인물의 대표격으로 등장한다. 

그러니까 아리스톤의 말은 , 가장 고귀한 역할이 주어지면 주어지는 대로, 가장 비열한 역할이 주아지면 그 또한 주어지느 ㄴ대로 충실히 소화하는 게 현명한 사람의 길이라는 것이다. 


핵심은 역시 배역은 "주어지는"것 이라는 점이다. 

배우가 직접 배역을 선택하지 않는다. 감독이 결정한다. 배역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뛰어난 배우는 마음에 들지 않는 배역이라도 온몸을 던져 연기한다. 

그리고 관객의 공감을 얻어낸다. 


인생을 연극배우에 비교할 때 잊어서는 안될 점이 있다. 

연극배우는 무대의상을 벗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순간 더 이상 무대위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다. 

무대 위에서는 주인공 ㅇ;었지만 생활에서는 집에서 쫓겨난 바람둥이일수도 있고, 무데에서는 단역이라도 현실에서는 당당한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무데의상과 무대 분장을 지운, 알몸에 민낮의 우리 자신을 직시해야한다. 


손숙오에게는 재상역할이 주어졌다. 아주 잘 수행 했지만, 무대에 머무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다. 어짜피 평생 무대위에서만 살 수는 없는 것이니까. 

어짜피 내려갈 것이라면 조금 더 일찍 내려가는 것도 괜찮다. 그러다 다시 등장 순서가 되면 또 무대에 오르면 그만이다./ 

그리고 자신의 순서가 모두 끝나면 조용히 의상을 벗고, 분장을 지우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면 된다. 


사극촬영장에는 가끔 재미있는 광경이 벌어진다고 한다. 

왕은 쉬는 시간에도 왕 노릇하고, 내시는 쉬는 시간에도 내시 노릇하고, 장군은 쉬는 시간에도 장군 노릇하고, 병졸은 쉬는 시간에도 병졸노릇 한다는 것이다. 

극에 몰입하다보면 그게 무척 자연스럽다고 한다. 

시는 시간에야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뿐 어짜피 의상은 그대로 입고 있으니 분위기가 그렇게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지 주어진 역할일 뿐인 지위에 흠뻑 빠져서 집에서도 역할 놀이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부인이 부하직원인 것처럼 명령을 내리고, 자식들 에게도 지시를 내린다. 

화장실에 가서 힘주면서도 고관대작 노릇을 하려고 든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간과 창자까지 고관대작이 된 줄 아는 꼴이다. 



나는 누구인가 잘 생각해 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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