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색하기 고린자비 못지 않은 주지스님이 아랫마을 김과부와 좋아 지내며 김과부가 해 오는 엿이며 떡이며를 다락에 감추어 놓고 다른 중들 몰래 혼자만 먹는지라 상노놈은 벨이꼴려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 어느날 스님이 또 김과부네로 내려간 틈을 타 모조리 꺼내서 중들과 나누어 먹어 버렸다.
먹을때는 좋았지만 먹고나자 마음이 꺼림찍한지 중들은
이따 대사님께서 오셔서 꾸지람을 하시면 뭐라고 하지 ?
하고 걱정들을 하자 상노놈은
꺼내 먹자고 한건 나니까 여러분들은 내 핑계만 대시요.
하고 모든 책임을 자기가 지겠다고 장담을 하였다.
그날저녁 무렵이 다 되서야 돌아온 주지스님은 배가 출출한 지라 다락에 감추어둔 떡을 꺼내 먹으려고 다락문을 여니 엿과 떡은 온데간데 없고 빈 그릇만 덜렁 남아있는게 아닌가. 이에 화가 난 주지스님은 당장 중들을 불러 물으니
상노 아이가 모두 꺼내 먹었습니다.
하므로 곧 상노를 불러 법당 부처님 앞으로 데리고 가서 단단히 버릇을 고처놀양으로 묻기를
다락에서 떡을 꺼내 먹은 놈은 누구냐?
그러나 상노 아이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다락에서 떡을 꺼내 먹은 놈은 누구냐? 안 들리느냐?
안들입니다.
안들리다니, 뻔뻔스러운 놈이로군. 어디 자리를 바꿔 보자.
자, 이쪽으로 와서 네가 말해 보아라.
자리를 바꾼 상노놈은 주지 스님을 향하여
아랫마을 김과부와 자고 온 놈은 누구냐?
주지스님은 대답이 없다.
아랫마을 김과부와 자고 온 놈은 누구냐?
주지스님은 낯을 붉히면 목소리를 낮추어
허! 과연 이쪽으로 오니까 안 들리는 군 .
-한국의 유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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